개발자의 강력한 무기: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자의 강력한 무기: 사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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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이 시대의 개발자로 일하기> 시리즈 4화입니다.


"뭐 한다고 그렇게 바빠?"
"나도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 하잖아"

요즘 주변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업도 바쁠 텐데 시간을 쪼개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하다니! 도대체 사이드 프로젝트가 무엇이길래, 뭐가 좋길래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일까요? 저는 지금까지 여러 번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요. 이 글에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드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왜 하는지, 할 때 어떤 것이 중요한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뭔가요?


사이드 프로젝트란 무엇일까요? '사이드(side)' 라는 단어 뜻대로 본업이 아닌 일을 하면 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일까요? 그러기에는 우리가 퇴근하고 음식 배달을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라고 하는 표현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회사에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투입된다고 하지 프로젝트를 한다고는 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라고 표현할 때,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체' 임을 나타냅니다. 즉, 나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프로젝트에 고용되어 일을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것이 부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분하는 가장 큰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제가 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자 커리어의 시작


저는 비전공자로, 다른 과 석사 졸업 후 병역 특례로 개발자를 시작했는데요. 첫 사이드 프로젝트인 ‘윈도우 예약 종료’를 통해 개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학원생 시절 컴퓨터로 음악 듣는 것을 즐겼는데요. 잠들기 전에 음악이 나오다가 알아서 컴퓨터가 종료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윈도우즈 예약 종료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았는데, 그중에 마음에 딱 드는 것이 없어 제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후 블로그에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올렸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고 검색창에 윈도우즈 예약 종료를 치면 상단에 뜰 정도로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 셔터스톡


이후 석사를 졸업하고 병특 면접을 보러 다니는데 저를 빼고는 모두 컴퓨터 공학부 석사인 데다 역량 차이가 심했지만, 네이버에서 가장 위에 나오는 윈도우즈 예약 종료를 만들었다는 것으로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었고 결국 여러 회사에 합격까지 이어졌습니다. 입사 후 다시 그때 짰던 코드를 다시 보니 ‘이게 어떻게 돌아갔지’란 당황스러움이 있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개발자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자 커리어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사이드 프로젝트, 이직의 무기가 되다


입사 후 3년쯤 지났을 때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들이 모여 서비스를 만들어볼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가입했습니다. 그때까지 회사에서 주 업무는 그래픽스 쪽이었어서 웹은 조금, 앱 개발은 전혀 할 줄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그 커뮤니티에서 내에서 앱 개발 스터디도 하고 모임도 하다가 저와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 Cultrip 이라는 액티비티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스타트업에 대해 아는 것이 잘 없었지만, 주말마다 만나 서비스를 함께 기획하고, 개발하고, 런칭하고, 실제 고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까지 하며 직접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비록 그 서비스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여 지금도 계속 일을 하고 있고, 나중에 제가 직접 스타트업을 세우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프로젝트, 다양한 협업 제안을 받다


맛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인간지능으로 원하는 조건의 맛집을 큐레이션 해주는 '밥면빵'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는 '개인 브랜딩'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단지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새롭게 시도해 보고 회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하였습니다.

ⓒ 손진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동료는 물론이고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블라인드>에서 직무에 대한 질의응답을 해주는 AMA(Ask Me Anything) 포스팅도 진행했고, <사이드 허슬러>라는 책에 인터뷰가 실렸으며, 이렇게 원티드에서 여러분도 만나게 되었네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두 가지 : 목적, 기간


'프로젝트'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요? ‘일정한 기간 안에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업무의 묶음’ 이라고 정의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를 뽑자면 ‘기간’ 그리고 ‘목적’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항상 중요했다고 느낀 공통 사항이 있는데요. 바로 목적과 기간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근본적인 ‘목적’을 찾아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목적’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라는 목적을 생각해 봤다고 가정합시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목적일까요?

'5 Why' 라는 사고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피상적인 원인으로부터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들어가기 위해 반복적인 질문을 하는 기법인데요. 예를 들어 '개발을 잘하고 싶다' 라는 피상적 원인이 있을 때 계속 파고 들어가면 누군가는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어서' 개발을 잘하고 싶을 수도 있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개발을 잘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별개로 이 이유들도 계속 파고들어가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기법을 여기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면, 왜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었을까요? 누군가는 '별도의 수입을 만들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업무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의 기회를 노려본다'도 있겠네요.

이런 근본적인 목적을 찾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먼저 사이드 프로젝트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업을 잘 하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하려면 체력, 시간, 노력 등이 더 필요합니다. 또 인생이 늘 평온하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겠죠. 가끔 꼭 해야만 하는 바쁜 일들이 생길 때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저 ‘서비스 하나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하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을 때보다 자신만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갈 힘이 됩니다.

또한, 팀원 모두의 목적이 같아야 함께 방향을 맞춰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팀으로 하다 보면 수많은 결정의 순간들이 옵니다. 어떤 기능을 넣을지, 수익화를 할지 말지,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 본업이 바빠졌을 때는 어떻게 할지 등. 많은 사람이 이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들이 한 팀이지만, 실제는 서로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발자가 '개발 능력의 성장' 을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경우 본인이 사용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서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어하겠지만, 다른 팀원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가 '본업 이외의 수익을 만들고 싶어서' 라면 리스크가 있는 새로운 기술 보다는 지금 가장 빨리 만들 수 있는 익숙한 기술을 썼으면 하겠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자신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진짜 목적을 꼭 생각해보고, 동료와 함께 한다면 동료들과 어떤 목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것인지 얘기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한 ‘기간’을 잡아라


다이어트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단순히 ‘얼마를 빼겠어’가 아니라 '언제까지 얼마를 빼겠어'라고 마음먹습니다. 100년 동안 10Kg 를 빼겠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의욕이 안날테고, 1주일 만에 빼겠다고 하면 너무 위험한 일이겠죠. 그래서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목표를 잡을 때는 적절한 기간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욕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타이트하면서도 너무 무리가 되지 않는 기간을 고민해 보세요. 위에서 말했던 대로 본업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는 여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잘 보장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퇴근하고 매일 3시간씩 할 수 있겠지?'와 같이 너무 희망적인 계획을 잡으면 오히려 녹초가 되어 사이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될 수 있습니다.

ⓒ 셔터스톡


이럴 때는 1주일 정도 짧게 시도해 보고 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직접 경험하고 나면 내가 퇴근하고 피곤한 날은 없는지, 실제로 친구들과 약속은 어느 정도 잡는지가 더 감이 오실 수 있을 겁니다. 기간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목표에 대해 기간을 잡을지도 중요합니다. 프로젝트의 종료가 될 날을 정할 수도 있겠고, 일단 첫 프로덕트 런칭일의 기간을 잡아볼 수도 있겠죠.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면 많이 들어보셨을 MVP(Minimum Viable Product)는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제품' 이라는 뜻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부족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첫 MVP를 기준으로 기간을 잡아보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ropbox가 제품 소개 영상만으로 제품 가설 검증을 했던 것처럼 MVP 이전 단계인 PoC(Proof of Concept)를 첫 목표로 잡는 것을 더 선호하기는 합니다.

팀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목표와 기간을 잡는 것은 필요합니다. 모두의 의욕이 같은 기간에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이번달은 A가 바빠서 잘 참여 못하고, 다음달은 B가 집안에 일이 생겨서 잘 참여 못하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비슷한 의욕을 가지고 협업할 수 있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작은 목표를 이루고 작은 성장경험을 해서, 다음 목표로 가는 에너지로 삼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 할까 말까?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어떤 것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얘기해 보았습니다. 읽고 나니 ‘사이드 프로젝트,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아니면, ‘에이, 나는 굳이 안 해도 되겠네’ 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어떤 결론이어도 상관없습니다. 모두 좋은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두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안 하면 뒤쳐질 것 같다는 조급함으로 시작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목적’ 없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돌아보세요. 내가 ‘딴짓’하기 좋아하는 사람인지, 그렇다면 그 딴짓을 좀 더 의미있게 해보고 싶은지, 해보고 싶다면 어떤 아이템을 하고 싶은지, 누구랑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질문해 보세요. 그리고 나에게 꼭 맞는 결정을 내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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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ㅣ손진규
기계항공공학 석사 졸업 후 뒤늦게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그래픽스, Android/iOS, Front-end/Back-end 개발을 경험해왔다. 현재 Momenti에서 Back-end Engineer로 일하고 있고, 과거 힐링페이퍼(강남언니) 개발 챕터 리드, Daybit CTO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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