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ersㅣ퇴사한 지 1년, 첫 갭이어 회고

&Workersㅣ퇴사한 지 1년, 첫 갭이어 회고

일자

상시
유형
아티클
태그
이 아티클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리즈의 9화입니다.


5년 차 광고기획자 서경.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기획한 광고가 론칭되면 뿌듯함이 앞서는 광고인이었다. 그런 그가 갭이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향성을 잃고 직장인 사춘기에 접어든 당신께 이 글을 추천한다. 


ⓒ 서경 


안녕하세요, 서경 님. 독자분께 간단한 본인 소개를 해 주세요. 

광고기획자로 5년간 근무하다 최근 새로운 직무에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서경입니다. 첫 회사를 퇴사한 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직무 고민을 위해 1년 정도 갭이어를 가졌어요. 인터뷰를 통해 갭이어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종합광고대행사 광고 기획자(AE)로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광고주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과정에 함께 했습니다. 광고 제작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제작팀과 협업하고 주기적인 미팅에 참여하며, 다양한 의견과 인사이트를 제안했죠. 목표한 매체에 광고가 송출되면, 소비자의 피드백을 모니터링하며 목표 달성 여부도 체크하고요. 전반적으로 광고주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필수겠죠. AE는 모든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좁게는 회사 내부부터 넓게는 광고주와 소비자까지, 가교 역할을 하는 존재예요. 


AE는 사실 ‘아(A), 이(E)것도 제가 하나요?’의 줄임말이라는 농담이 있더라고요.(웃음) 그만큼 다양한 일을 한다는 거겠죠. 가끔은 힘든 순간이 찾아올 것 같은데요. 

다양한 브랜드 캠페인을 담당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체력적으로 지치게 됐어요. 소개팅하다가도 업무 전화를 받기 일쑤였고, 해외 여행 가서도 카톡방으로 업무 대화가 오갔거든요. 언제 퇴근할지 모르기 때문에 평일 약속은 잡아본 적도 없고요. 일과 삶의 분리도 어려웠어요. 잘 만든 광고를 볼 때면 기획자는 누군지, 콘셉트는 어떤지 판단하며 보게 됐고, 친구와 놀다가도 트렌디한 것을 발견하면 레퍼런스 삼을 생각을 했죠. 그러다 보니 휴일이 업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졌어요. 분명 워커홀릭은 아닌데, 요령이 부족했나 봐요. 일과 쉼의 경계를 구분 짓지 못한 게 어쩌면 빠른 체력 소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AE는 여전히 제게 매력적인 직무랍니다. 조금 모순적인가요?(웃음) 


ⓒ 서경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5년간 업무를 지속하게 만들어 준 동력은 무엇인가요? 

몇 달간 밤새우고 고생해 만든 광고가 TV, 영화관이나 스포츠 경기장에 나오면 굉장히 뿌듯했어요. 게다가 광고는 가족과 친구는 물론, 누구나 볼 수 있잖아요. 대중의 피드백도 빠르고 다양해서 일할 때 동기부여도 됐어요. 고생한 만큼 대중이 알아봐 주면 그걸 동력으로 삼아 다음 프로젝트를 향해 다시 달릴 수 있으니까요. 광고업은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마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그만큼 서로의 합이 중요하죠.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일한 동료와의 협업 과정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생각한 걸 현실로 만들어주는 멋진 선배도 있고, 고민을 함께해 주는 동료도 있었으니까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언젠가 퇴사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퇴사 이유와 계기는 모두 다를 것 같아요. 서경 님께서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누구나 성격이나 가치관이 변해가는 걸 느끼잖아요. 제 경우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었는데, 회사라는 큰 조직 안에서 직무라는 틀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일종의 ‘야생성’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죠.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해봤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어요. 퇴사라는 중요한 결정을 힘들 때 욱하는 심정으로 저지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혼자서 고민도 해보고, 휴가도 다녀오면서 저를 다독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먼 훗날 지금의 나를 돌이켜 봤을 때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해 퇴사를 결정했어요. 


퇴사 후 바로 이직할 수도 있었을 텐데, 갭이어를 선택하셨어요. 

당시 저는 방향성 자체를 잃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했어요. 저에게 1년의 시간을 주면서 찾아가려 했죠. 생각해 보니 학창 시절부터 퇴사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휴식을 가져본 적이 없더라고요.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해왔거든요. 갭이어 기간 동안에는 한 가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 서경


퇴사한 지 이제 1년이 됐죠. 서경 님의 첫 갭이어, 회고를 해볼까요? 

처음, 꿈, 미래 이렇게 세 가지 키워드로 저의 갭이어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회사를 다니다 보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눈치도 보고 배려도 하면서 타인을 위한 행동을 하게 돼요. 그런데 정작 제가 뭘 좋아하는지, 스트레스는 언제 받고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를 잘 알기 위해 낯선 상황에 뛰어들어 새로운 도전을 해봤어요.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야생성도 길렀고요. 인생의 운전대를 스스로 잡고 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더 늦기 전에 이루고 싶어 학원에 다니며 공부했어요. 미뤄온 일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안도 돼요. 직무와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 다녔다면 시도하지 못하고 후회했을 것 같거든요. 언젠가 브런치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갭이어를 시작한 이유기도 했던, 미래에 대한 고민인데요. 보다 세밀한 직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PM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스타트업 인턴 과정도 마쳤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앱 출시도 앞두고 있답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려던 원래의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저는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할 때 생산성과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더라고요. 이 정도면 갭이어 알차게 보낸 것 같지 않나요?(웃음) 


ⓒ 서경


갭이어를 갖고 난 후 서경 님께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사실 출퇴근하는 회사원이 아닌 다른 근무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갭이어 동안 집 앞 도서관을 자주 다니게 되면서 이른 새벽부터 일상이 시작되는 수많은 사람은 물론이고, 낮 시간의 활기찬 거리 풍경을 접하게 됐죠. 요즘은 프리랜서, 긱워커, 노마드 등 다양한 근무 방식이 존재 하잖아요.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일할 수 있죠. 회사에 취업하지 않으면 제 삶이 큰일 나는 줄만 알았는데, 다른 방법으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어요. 앞으로 몇 십 번 직업이 바뀐다 하더라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얻었고요. 이젠 먼 훗날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예상을 못 하겠어요.(웃음) 그저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한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시리즈 보러 가기



<아티클 요약>
  • 서경 님은 5년간 근무한 첫 회사를 퇴사한 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직무 고민을 위해 1년 정도 갭이어를 가졌습니다. 
  • 회사라는 큰 조직 안에서 직무라는 틀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일종의 ‘야생성’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죠. 
  • 스스로를 잘 알기 위해 낯선 상황에 뛰어들어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인생의 운전대를 스스로 잡고 달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요.



CREDIT
글ㅣ김한나 원티드 콘텐츠 에디터 


발행일 2023.03.31
wanted-edit

방금 보신 콘텐츠, 마음에 드셨나요?

원티드 회원이라면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보실 수 있어요!
당신의 커리어 성장을 돕는 원티드 오리지널 콘텐츠